국제법

국제법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가장 헷갈리는 개념 3가지

Useful notes by Alice 2025. 7. 8. 07:42

처음 국제법을 공부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단어는 어렵지 않은데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를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영어로 된 판례나 조약을 보는 것도 물론 부담이 되지만 그보다 더 혼란스러운 건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들이 한 문장 안에 섞여 있을 때다.

예를 들어 어떤 문장은 조약이라고 했고 다른 문장에는 협정이라고 나왔다.
국가 간 합의인데 왜 용어가 다르고 어떤 건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하고 어떤 건 선언적 의미에 가깝다고 한다.

처음 배우는 입장에선 표현은 분명한데 그 경계가 흐릿한 지점들이 문제다.
교과서에 나온 설명보다 실제 사례에서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정책인지 헷갈리는 지점들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초심자들이 자주 혼동하는 세 가지 국제법 개념을 꺼내 ‘왜 헷갈리는지’와 ‘실제로는 어떻게 다른 맥락에서 쓰이는지’를 설명해보려고 한다.

 

국제법 개념, 조약과 협정, 국가의 책임과 개인 책임, 관할권

 

 

조약과 협정 – 단어가 다른 게 아니라 적용 범위가 다른 경우

외교 현장에서 일했던 한 통역관은 처음 국제회의에 배석했을 때 ‘treaty’라는 단어와 ‘agreement’라는 단어가 상황에 따라 교차 사용되는 걸 보고 당황했다고 했다.
그는 문서마다 엄격한 법적 차이가 있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문서가 다뤄지는 방식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두 국가가 동일한 내용에 서명하더라도 어느 쪽은 그것을 비준 절차를 거쳐 공식적인 국내법의 일부로 만들고 다른 쪽은 내부 회의 보고 수준에서 처리하고 끝낸다.
같은 문서인데도 법적 무게는 달라진다.

어떤 정부는 외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약이란 표현 대신 ‘합의’나 ‘공동성명’ 같은 이름을 선택한다.
하지만 나중에 그 문서가 분쟁의 근거로 다시 등장했을 때는 당사국이 어떻게 실행해 왔는지가 훨씬 더 중요해진다.

표현이 법을 정하는 게 아니라 그 표현이 어떤 절차를 거쳐 실현됐는지가 해석의 기준이 된다.

 

국가책임과 개인책임 – 피해자가 있는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국제인권법이나 국제형사법을 공부하다 보면 개인이 가해자가 되는 사건과 국가가 책임을 지는 사건이 동시에 등장한다.
이때 학습자들은 “둘 다 잘못했는데 왜 한쪽만 재판에 서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정부군이 특정 민간인 집단을 향해 무력 사용을 했을 때 그 지휘관이 기소되는 사건도 있고 국제사법재판소에 국가 자체가 회부되는 경우도 있다.

이 기준은 단순히 행위자의 신분이 아니라 ‘법을 위반한 주체가 누구였는가’ 그리고 ‘그 위반이 어떤 법체계 아래 있었는가’에 따라 갈린다.

초심자 입장에선 이런 구분을 처음부터 알고 접근하기 어렵다.
교과서에는 원칙이 나와 있지만 사례에서는 그 원칙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땅 위에서만 적용된다는 고정관념

한 학습자가 들려준 사례가 있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법을 어겼는데 귀국 후 본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의아해하며 이렇게 물었다.
“그 나라가 아닌데 왜 자기 나라 법원이 판단하죠?”

이 질문은 관할권이라는 개념을 배울 때 초심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장소만으로 관할권이 정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법에서는 행위의 내용, 피해자의 국적, 국가 간 협약 여부에 따라 국가가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다양하다.

실제로는 물리적 경계보다 ‘어떤 법이 해당 사건을 자신과 관련 있다고 여기는가’가 관할권 논리에서 더 자주 언급된다.

이처럼 법이 미치는 범위는 공간보다 연결된 관계를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점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낯설게 다가온다.

 

혼동은 배움의 전제가 아니라, 해석의 출발점이다

처음 접한 개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 배우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혼란은 국제법이라는 구조 자체가 단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시작점일 수 있다.

같은 용어라도 어느 상황에서 쓰였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고  하나의 원칙이 사건마다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이런 복잡성을 인정하고 기준을 스스로 정리해 나가려는 시도가 실제로는 훨씬 실용적이다.

국제법은 하나의 틀로 외우기보다 다양한 문맥에서 그 틀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차근차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