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은 총성이 멈추고 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피해자는 남고, 기억은 지속되며, 책임을 묻는 과정은 오히려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나는 어느 기록에서 그런 문장을 읽었다.“전쟁을 끝내는 건 무기가 아니라 문장이다.”그 문장이 가리키는 장소는 법정이었다.전쟁 중 벌어진 일들을 하나씩 끄집어내고, 그 일에 이름을 붙이며, 그 이름에 따라 책임을 묻는 곳.그곳은 다름 아닌 국제형사재판소였다 말해진 일이 모두 법이 되는 건 아니다전쟁이 끝난 뒤 가장 먼저 요구되는 건 진상 규명이다.하지만 어떤 일이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사람마다 다르고, 기록은 흩어져 있으며, 그중 어떤 건 의도적으로 감춰져 있기도 하다.그런 상황에서 법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는다.오히려 ‘불완전한 증거’를 바탕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