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한동안 조약이라는 단어를 '국가 간 협정' 정도로만 이해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뉴스에서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됐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서명했다"는 식의 문장을 수없이 들어봤지만, 그 문서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까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조약이 단순한 약속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는 걸 깨달은 건, 분쟁 상황에서 ‘조약 위반’이라는 말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를 본 이후였다. 그제야 묻게 되었다. 서명만으로 세계가 구속되는 이 조약이라는 것은 도대체 왜 이렇게 강력한가? 종이 한 장에 얽힌 나라들의 신뢰와 두려움조약은 본질적으로 합의다. 두 나라 이상이 어떤 공통된 목적을 위해 조건을 설정하고, 서로 이를 지키기로 약속하는 문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