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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에서 누가 '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가?

국가라는 말은 평소엔 익숙하지만, 막상 “무엇이 국가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막히는 개념이다. 어릴 때는 지도에 표시된 곳이 국가라고 생각했다. 국기와 수도, 언어가 있다면 나라라고 믿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지도에 없는 나라도 있고, 이름이 있어도 국제사회에선 존재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었다.이 간극이 너무 커서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그때부터였다. 국가라는 것이 단순히 경계와 제도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어떤 존재의 자격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 건.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나라들몇 해 전, 다큐멘터리에서 어떤 지역의 이야기를 봤다. 그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국기를 만들고,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선거를 치렀다. 거리에는 포스터가 붙었고, 교과서가 인쇄됐다. 아이들은 자신..

국제법 10:25:05

국제법에서 조약과 협정, 그 경계선이 흐릿해지는 순간들

처음엔 두 단어가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드는지 몰랐다. 조약이든 협정이든, 서명하고 악수하고 발표하는 걸 보면 비슷하게 느껴졌다. 뉴스 자막에선 종종 둘을 번갈아 쓰기도 했고, 전문가들도 대체로 같은 의미처럼 이야기하는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사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둘 사이의 거리가 뚜렷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에게도 그런 지점이 있었다. 외교 현장을 처음 들여다봤을 때의 낯선 느낌외교문서라는 게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고 딱딱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떤 국제회의의 비공식 기록을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고, 그 속엔 꽤나 사람 냄새나는 문장들이 있었다. 참석자들은 한 줄짜리 문구를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고, 어떤 문서를 '협정'으로 부를지 '조약'으로 ..

국제법 04:27:54

국제사회는 왜 조약에 법적 구속력을 둘까?

나는 한동안 조약이라는 단어를 '국가 간 협정' 정도로만 이해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뉴스에서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됐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서명했다"는 식의 문장을 수없이 들어봤지만, 그 문서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까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조약이 단순한 약속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는 걸 깨달은 건, 분쟁 상황에서 ‘조약 위반’이라는 말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를 본 이후였다. 그제야 묻게 되었다. 서명만으로 세계가 구속되는 이 조약이라는 것은 도대체 왜 이렇게 강력한가? 종이 한 장에 얽힌 나라들의 신뢰와 두려움조약은 본질적으로 합의다. 두 나라 이상이 어떤 공통된 목적을 위해 조건을 설정하고, 서로 이를 지키기로 약속하는 문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

국제법 01:5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