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보이지 않지만 그 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인공위성, 로켓 잔해, 사용이 끝난 기계 조각들이 궤도 위에 머물고 있다.
그중 일부는 수년 혹은 수십 년 전 발사된 물체이기도 하다.
작동을 멈춘 장비는 소리 없이 남아 있다가 돌발적인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남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각국이 기술을 경쟁적으로 발전시키는 상황에서는 이런 문제에 주목할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
새로운 장비가 하늘로 오를 때마다 그 아래엔 남겨진 흔적이 쌓인다.
문제는 이 잔해들이 누구의 것인지 정리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규칙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우주를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보다 누가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는 지구 바깥의 문제도 각국의 책임과 협력이 필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발사 기록은 남지만 이후는 흐릿해진다
하늘 위로 올라간 물체는 발사국과 등록 국가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 장비가 작동을 멈추면 그 이후의 법적 지위는 불확실해지기 시작한다.
어느 시점부터 쓰레기로 분류되는지 그 기준이 국제적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
누군가는 여전히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더 이상 관리되지 않는 물체로 간주된다.
그 사이 충돌이 발생한다면 원인을 추적하고 책임을 따지는 과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운영 주체가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일 경우 관할권이나 법적 책임 소재는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소유권은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발사 당시에는 분명했던 책임의 구조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책임이 존재하더라도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가 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문서는 남아 있지만 현재를 설명하진 않는다
우주 활동에 관한 규범은 이미 여러 문서와 조약을 통해 제시되어 있다.
다만 그것이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기엔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다.
1960년대에 작성된 조약들은 냉전 당시의 정치 상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그 속엔 기업의 활동이나 다국적 협력에 의한 발사체 운영 등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이 거의 없다.
지금은 정부보다 기업이 더 많은 위성을 띄우는 상황으로 변화했다.
이 변화는 조약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며 각국의 대응 속도도 다르다.
규범은 있지만 그 규범이 현실을 제어하는 도구로 작용하지 못한다면 법은 존재해도 영향력을 가지지 못하는 상태로 머무르게 된다.
우주조약 외에도 보완 규정이 존재하지만 기술의 민간 이전과 국제적 위성 공동 운용 시대에 이들 조약이 실질적 효과를 갖기 위해선 새로운 해석이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쓰레기는 움직이지 않지만 문제는 계속 커지고 있다
하늘 위에 남겨진 장비는 활동을 멈췄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그 물체는 궤도 안에 머물며 예기치 못한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용을 마친 장비 하나가 다른 위성과 충돌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하고 한 번의 사고로 여러 개의 파편이 생겨나면 그 조각들은 또 다른 장비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연쇄는 일정 시점 이후에는 통제가 어렵고 사람의 개입 없이도 계속해서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내는 상태로 전개될 수 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위성은 작고 가벼워지고 있지만 그만큼 우주에 남겨진 물체의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금처럼 제거보다 배치가 우선되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우주 환경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위험 요소도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겹쳐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지상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이상 우주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가고 있다.
늦어지는 대응은 방치로 읽히기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논의는 많아지지만 실제로 정리된 합의는 많지 않다.
각국이 다른 입장을 고수하는 동안 파편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고 새로운 조약이나 기준이 논의되는 사이에도 위성은 계속 발사되고 있다.
기술을 감시하거나 자국의 상업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이유로 법적 논의는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반복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가 길어질수록 실제 규범은 힘을 잃고 법적 공백은 점점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주 공간을 위한 규범은 존재하지만 지금의 속도와 복잡성에 대응하려면 기존 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현실에 맞춘 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며 방향 없는 대응은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현재의 혼란을 더 오래 지속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그 법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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