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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

국제법은 성소수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어느 지역에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성별조차 바꾸지 못한 채 일상을 버틴다.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는 사회가 아직도 남아 있다.
법은 늘 빠르게 따라오지 않는다. 때로는 침묵하고, 때로는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멈춰 있다.
그 사이 성소수자들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체계 안에서 살아간다.

국제법이 그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지금 그 흐름을 조용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국제법

 

조약의 문장은 짧고 단정하지만 해석은 그보다 더 넓게 흘러간다

조약 어디를 읽어도 ‘성소수자’라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법의 의도가 정해지는 건 아니다.
문장은 고정되어 있지만 그 문장을 읽는 사람들은 시대마다 달라진다.
어떤 해석은 여백에 의미를 더하고 어떤 입장은 그 여백을 침묵이라 부른다.
유엔의 몇몇 결정은 이 여백을 좁히려는 시도였다.

말하지 않은 권리를 해석으로 드러내려는 움직임은 조약의 침묵을 부정으로 해석하지 않겠다는 선택이기도 했다.

 

경계선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흐름은 바뀌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인정을 놓고 국가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법은 그런 불일치를 모두 통제하지 못하지만 반복되는 권고와 해석을 통해 방향을 유도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나 자유권위원회는 여러 차례 차별 금지를 권고하면서 성 정체성도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그 말이 곧 법적 의무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여전히 제도와 현실 사이엔 간극이 남아 있고 보호는 균일하지 않다.

 

보호는 선언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 따라 증명된다

어떤 법도 보호를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그 보호가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성소수자 활동가가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었을 때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가장 현실적인 시험대다.
유엔은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박해도 난민 인정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각국의 판단은 여전히 엇갈린다.
이처럼 선언은 존재하되 그 이행은 균일하지 않다.

국제법은 최소 기준을 제시할 뿐 각국의 정책이 그 기준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제각각이다.

 

보호받을 권리는 모든 사람에게 있다 아직 닿지 못했을 뿐

성소수자에 대한 국제법의 접근은 아직 '도달 중인 상태'에 가깝다.

명확한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침묵했던 시절은 지났지만 이제 남은 건 구체적인 이행이다.
어떤 국가는 조약 해석을 넓혀 차별을 금지하고 또 다른 국가는 그 해석을 거부하며 폐쇄적인 태도를 고수한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점점 공통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보호는 일부에게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에서 말이다.
법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이유로 그를 외면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제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