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어떤 일을 직접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책임까지 없는 건 아니다.
테러는 누구나 반대하지만 문제는 어떤 국가는 그것을 뒤에서 조용히 돕고 있다는 데 있다.
무기를 흘려보내고 자금을 넘겨주고 단체의 존재 자체를 묵인하거나 방치한다.
이런 경우 국제법은 그 국가에 어떤 책임을 묻게 되는가.
행위보다 ‘지원’이라는 애매한 태도에 어떻게 법이 접근하는지는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한 게 아니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국가는 여러 방식으로 테러 단체와 관련될 수 있다.
직접 공격 명령을 내리거나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무기를 넘겨주거나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입한다.
그게 반복되면 행동보다 더 큰 책임이 따라붙을 수 있다.
문제는 그 행위가 늘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지원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되며 그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점점 이런 패턴을 읽어내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국제법상, 테러 행위를 지원하는 국가는 그 자체로 ‘국제 위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비난을 넘어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지원이 ‘지속적’이고 ‘의도적’이었다면 ‘공동 책임’이라는 개념이 적용되기도 한다.
결국 행동의 직접성만으로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
국제사회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폭력을 가능하게 만들었는지를 본다.
그리고 때로는 행동보다 방조가 더 무겁게 다뤄진다.
‘책임’을 묻는 기준은 말보다 구조를 본다
국제법은 증거를 요구하지만 그 증거는 단순한 장면이나 대화가 아니다.
지원이 ‘체계적’이었는지 ‘기관적’으로 이뤄졌는지가 더 중요하다.
즉, 단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반복된 구조 안에서 이뤄졌다면 그건 국가의 의사로 본다.
예를 들어 특정 무장단체가 한 국가의 영토를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무기를 조달받고 훈련까지 받는다면 그 국가는 ‘묵시적 승인’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명확한 문서나 방송이 없더라도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다면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이런 구조적 지원은 특히 테러의 피해국 입장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
다만 실제로 책임을 인정받으려면 단순한 동조가 아니라 ‘의도적·지속적 지원’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가는 ‘우발적 관계’로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경계를 넘나 든다.
하지만 국제법은 점점 더 그 얇은 경계를 명확히 잡아내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기구는 존재하지만 움직임은 제각각이다
테러를 둘러싼 책임을 따지려 할 때 관련 국제기구가 여러 방향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움직임은 항상 정해진 순서로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때는 유엔이 먼저 입장을 밝히고 또 어떤 때는 당사국 간 대립이 먼저 표면으로 드러난다.
가령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결의를 논의할 수는 있지만 상임이사국 간 의견 충돌로 아무 조치 없이 끝나는 일이 많다.
그 사이에 각국의 외교 전략이 먼저 구체화되고 피해국은 별도의 국제법 절차를 검토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순서보다 이해관계다.
ICC처럼 개인의 범죄를 다루는 기구가 개입할 경우 책임이 ‘국가’가 아닌 ‘인물’로 좁혀지기도 한다.
하지만 해당 인물이 국가 권력 구조 안에 있다면 그 판단조차 정치적 해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절차는 존재하지만 작동 방식은 단선적이지 않다.
때로는 책임을 따지기보다 상황을 봉합하는 것이 우선이 되기도 한다.
이럴 땐 국제법이 가진 형식이 절차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시간만 흐르면 테러를 지원한 구조는 증거 속에서 사라지고 남는 건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침묵뿐이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의미를 가지려면
결국 국가가 테러 단체를 직접 통제하지 않더라도 그 활동을 묵인하거나 도운 정황이 반복되면 법은 그 국가를 지목한다.
하지만 책임을 말하는 것과 실제로 책임을 지우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앞으로 이 문제를 국제사회가 더 엄밀하게 다루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증거 수집 방식의 진화다. 위성사진, 디지털 통신, 자금 흐름 추적 등 기술을 통한 입증 시스템이 정교해져야 한다.
두 번째는 정치보다 법이 우선되도록 하는 절차적 장치다.
유엔 내 특별 조사위원회 설치나 국제법적 판단을 정치 외교 결정과 분리시키는 구조가 그것이다.
지금처럼 “증거는 부족하지만 냄새는 난다” 수준에 머문다면 국제법의 책임 개념은 선언적 문구에 그칠 수 있다.
테러의 배후가 어디인지 모두가 알면서도 누구도 책임을 묻지 못하는 상태는 법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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