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코로나19와 백신 분배, 국제 보건 법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Useful notes by Alice 2025. 7. 12. 07:46

전 세계가 동시에 위기를 겪은 적은 많지 않다.

코로나19는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신뢰와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특히 백신을 둘러싼 갈등은 ‘국제보건법’이라는 단어가 말뿐인 것인지 실제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시험대에 올렸다.

법이 존재하는 것과 그 법이 작동하는 현실 사이의 차이를 모두가 실감한 시간이었다.

 

국제법 중 국제 보건법이 팬데믹 상황에 했던 역할

 

팬데믹 상황에서 ‘공평’이라는 말은 쉽게 무너졌다

초기에 모든 나라가 마스크를 구하느라 전쟁을 치렀다.

그다음엔 백신이었다.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먼저 확보한 쪽이 유리했고 결국 백신은 경제력과 외교력의 문제로 흘러갔다.
고소득 국가는 자국민에게 줄 물량을 확보한 뒤에도 여유 물량을 쌓아두었다.

반면 저소득 국가는 확보는커녕 언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국제 보건 협력’은 있었다.

하지만 그 협력이 얼마나 실질적이었는지를 돌아보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분명히 드러난다.

공식적으로 협약과 선언은 존재했지만 물류와 계약, 제조 능력은 극명한 차이를 만들었다.
결국 어느 시점부터는 ‘누가 얼마나 빨리 맞느냐’보다 ‘누구는 아예 맞지 못한다’는 사실이 전면에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나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법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규칙은 있었지만 선택처럼 취급됐다

서랍 속에 있는 책에 뭔가가 적혀 있다고 해서 실제로 그게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건 아니다.

전염병이 퍼지던 시기 서로 돕자는 말은 있었지만 행동은 달랐다.

모두가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오면 자신들부터 챙겼다.
문서상으로는 서로 협력해야 했고 나눠야 했고 늦게 받는 나라가 없도록 조치해야 했다.

그런데 백신을 만든 쪽도 사려는 쪽도 줄을 서기보다는 계약서부터 꺼냈다.

먼저 확보한 나라가 나중을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법은 말이었고 현실은 숫자였다.

몇 천만 회분, 몇 억 달러, 몇 주 안에 공급.

그 사이에서 규칙이라는 건 점점 희미해졌다.

왜냐하면 강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있어도 안 지켜도 그만인 규범은 위기에서 선택지일 뿐이었다.
지켜야 한다는 말보다 지키면 손해 본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누가 어기든 누가 외면하든 그걸 막는 장치는 없었다.

그래서 다들 알면서도 그렇게 움직였다.

나중에 돌아보니 법이 있었다는 사실만 남았고 그걸 지킨 흔적은 많지 않았다.

 

‘공공의 이익’은 각자도생 속에서 밀려났다

법이 사람을 지킨다는 말은 평상시엔 사실처럼 들린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그런 믿음이 쉽게 흔들린다.

실제로 백신 접종률이 국가별로 극단적으로 갈리던 시기 ‘전 인류의 공공재’라는 말은 피로하게 느껴졌다.
어느 지역은 접종률이 80%를 넘기고도 추가접종을 시작했지만 다른 곳에서는 의료진조차 첫 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국제보건법의 원칙은 공평과 연대다.

그러나 이 원칙은 계약서 앞에서는 무력했다.

실제로 백신의 흐름은 법이 아니라 물류 시스템과 기업 간 계약, 외교 협상에 의해 결정됐다.
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을 바꾸지 못하면 신뢰는 빠르게 사라진다.

그 결과 일부 국가는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하거나 외교적 차원에서 우회로를 찾으려 했다.

그렇게 연대는 점점 느슨해졌고 각자도생이라는 단어가 일상 언어가 되어갔다.

 

다음을 대비하려면 선언이 아닌 구조가 필요하다

위기가 지나간 지금 다시 ‘보건 주권’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국가가 팬데믹 대응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물론 자립은 중요하지만 또 다른 위기가 오면 이번과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도 함께 남아 있다.
백신 분배 문제는 단지 의약품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신뢰 체계의 문제다.

그러려면 법은 권고나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강제력 없는 규범은 위기 상황에서 선택사항이 된다.

그 선택은 대부분 강한 국가만이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보건 정의를 실현하려면 ‘선의’를 전제로 한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의 국제보건법은 국가 간 합의만이 아니라 기업과 국제기구 시민사회까지 연결되는 다층적인 책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위기 속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법 그것이 다음을 준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