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국제법 상 ‘무국적자’의 법적 지위는 어떻게 보장되는가?

Useful notes by Alice 2025. 7. 11. 08:38

누군가에게 국적이 없다는 건 단지 여권이 없다는 문제가 아니다.

병원에 갈 수 없고 교육을 받지 못하며 출생이나 결혼조차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잃는다는 말이다.

국제법은 이런 사람들을 ‘무국적자’라 부르며 그들을 위한 별도의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장치들이 실제로 얼마나 작동하느냐는 데 있다.

 

 

무국적자의 국제법상 불안전한 지위

 

어느 날부터 ‘누구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경우

문서 한 장이 없다는 이유로 세상이 한 사람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어떤 나라에서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삶.

사실 그런 삶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태어난 순간부터 가족의 배경, 등록되지 않은 결혼, 폐쇄적인 법체계 때문에 이런 상태에 놓이게 되는 건 의외로 흔한 일이다.
한 국가가 사라지거나 분열될 때 혹은 누군가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단 한 절차가 평생을 규정짓는 경우도 있다.

사회는 종종 서류에 이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책임에서 제외한다.

사람은 거기 살아 있는데 종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당사자는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일상은 굴러가지만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힌다.

진료를 받을 수 없고 학교에도 못 들어가고 일자리 계약조차 어렵다.

이유는 하나다.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을 자신의 시민으로 받아들였다는 기록이 없다는 것.

법의 바깥에서 사는 삶은 점점 더 작은 원 안으로 밀려난다.
이 상태를 고치기 위해 필요한 건 거창한 제도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어느 정부가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일.

그 출발이 없으면 어떤 제도도 시작되지 않는다.

 

어떤 법이 있어도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 세상에선 이름보다 조건이 먼저다.

누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보다는 그 사람이 어느 조항에 해당되는지를 따지는 일이 많다.

말하자면 틀 안에 들어가는지 아닌지가 기준이 되고 그 틀에서 벗어나면 설명조차 어렵게 된다.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국제 문서에는 ‘보호’라는 말이 나와 있다.

현실은 그 단어보다 훨씬 복잡하다.

아무리 제도가 있어도 그 안으로 들어가려면 증명을 해야 하고 역설적으로 그걸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보호가 덜 필요한 쪽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국가들은 그 문서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실제로 운영되는 절차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조건이 까다롭고 접수조차 쉽지 않으며 설명을 요구받지만 설명할 수단이 없다.

이름을 올릴 수 있어도 권리는 따라오지 않는다.
보호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구조가 있어야 하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정해진 형식과 문서가 있어야만 가능한 시스템이라면 시작도 못 해보는 사람이 생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끝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법이 있다는 사실만 알고 살아가게 된다.

 

‘기록되지 않은 삶’은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가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접근을 시도하지만 대부분의 무국적자는 여전히 행정의 그림자 속에 머물고 있다.

그들은 공식 문서에 이름이 없기 때문에 존재 자체가 의심받는다.

공공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출생은 교육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이어지고 이어서 사회 진입 자체가 가로막힌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고 결혼을 해도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국가의 어떤 제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불편한 일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권리가 박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 무국적자 아이들이 병원 진료를 거부당하거나 단순한 행정 미비로 구금되는 사례도 있다.

국제 인권 기준으로 보면 명백한 침해지만 국적 없는 이들은 그 권리를 스스로 주장할 수단조차 없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전 세계 무국적자를 4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비공식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히 국적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보호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인정 절차’부터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신분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법적 구제 수단은 존재할 수 없다.

 

현실과 법 사이, 무국적자의 미래를 위한 과제

현대 사회에서 국적은 단지 국가 이름이 적힌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다.

무국적자를 단순한 ‘예외적인 존재’로 치부해서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국제법은 분명 존재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실행되는가이다.
국가는 협약에 가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국적자에 대한 국내 등록 절차, 체류권 보장, 법률 지원 체계 마련 등 구체적 조치 없이는 보호라는 단어는 공허해진다.

또한 무국적 아동이 계속해서 생기지 않도록 출생 등록을 의무화하고 국적 부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법은 존재하지만 절차는 닫혀 있고 정의는 선언되었으나 실행은 없는 상태가 이어진다면 무국적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로 남아 각종 인권 침해의 타깃이 될 것이다.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국제 공동체가 책임져야 할 기본이다.

‘누구나 어딘가에 속해야 한다’는 원칙이 실현되기 위해 국제법은 선언을 넘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