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기능과 한계

Useful notes by Alice 2025. 7. 2. 13:36

어느 날,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상대로 국제 법정에 나섰다는 기사를 읽었다.
표면상으론 법의 문제였지만, 그 뒤엔 수십 년간 이어진 역사와 충돌이 있었다.
나는 궁금했다.
정말 이 거대한 갈등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말해진 결론은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그 물음은 국제사법재판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그 관심은 단순한 판결문이 아닌, 사람과 국가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게 하는
하나의 시선으로 바뀌어갔다.

 

국제법을 판결하는 국제사법재판소

 

판단의 자리에 ‘누가 오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된다

국제사법재판소라는 단어는 아주 딱딱하게 들린다.
마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조약과 문장으로만 구성된 공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그 법정에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불러낸다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결정을 의미한다.

이 법정에선 개인이 아닌, 국가 단위의 주체들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단순히 판결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정치와 외교, 국제 여론, 국가 전략이 모두 얽힌 과정이 된다.

나는 한 사안을 다룬 기록을 읽으며 그 국가가 왜 굳이 법정까지 갔는지를 살폈다.
직접적인 이해득실보다, ‘세계 앞에서 이 사안을 공식화하고자 한 것’이라는 감정이 더 크게 느껴졌다.
즉, 국제사법재판소는 단지 판단을 받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이 갈등을 세계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기능의 이면이 드러난다.
재판을 요청할 수 있는 주체가 극히 제한적이며, 사건이 성립되기 위한 요건 또한 까다롭다.
현실 속 분쟁의 대부분은 이 법정까지 오지 못하고, 정치적 수면 아래서 묻히는 일이 많다.

 

판결이 의미를 갖기까지는 ‘시간’과 ‘현실’이라는 벽이 있다

어느 판결에서 재판부는 명확한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그 문장은 조심스럽고, 단정하지 않으며, 다양한 표현을 통해 의무와 책임을 구분 지었다.
나는 그 판결문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감탄했고, 한편으로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5년이 걸렸고, 그 사이에 사건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은 자리를 옮기거나 사라졌다.
결정이 나왔을 땐 이미 사건은 현실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고, 정치적 흐름도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국제사법재판소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그것은 한 번의 판결로 현실을 바꾸는 기관이 아니다.
상징과 누적, 설득의 구조 속에서 법의 존재를 증명하는 곳이다.

누군가는 이 속도를 답답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 법정이 빠르게 결론을 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국제사회는 더 신중해질 수 있다.

국제사법재판소가 내려준 하나의 문장은, 직접적 제재나 강제력이 없더라도
그 문장이 반복되고 인용되며, 다음 분쟁에서 새로운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 영향은 뒤늦게 퍼지며 법이 단지 현재가 아닌, 미래를 향한 언어라는 것을 보여준다.

 

움직이지 않는 판단이 다시 발견되는 순간

시간이 지나도 한 장의 문서가 지닌 무게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그 무게를 누가 들어 올리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어떤 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보다, 그 이후에 그 말을 기억하고 다시 꺼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되기도 한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이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 말이 도달하지 못하는 공간도 많고, 그 문장을 의도적으로 잊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럴 땐 법의 힘이 의심받는다.
왜 이 말이 현실을 바꾸지 못했냐는 질문이 따라온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모든 말이 즉시 작동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어떤 기준은 반드시 지금 반응을 일으켜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 기준은 어떤 상황에선 외면당하고, 어떤 시점에선 다시 호출된다.

기록은 그 자체로 방향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 그 문장을 읽고, 그 안에서 정당함이나 근거를 찾을 수 있다면
그 문장은 또 한 번의 역할을 한다.

나는 법의 역할을 그렇게 본다.
멈춰 있는 것 같지만, 어떤 상황이 오면 다시 움직이는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것.
즉각적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는 점에서 그 법은 여전히 작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