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국제법 위반 시, 국제 인도법과 국제형사재판소

Useful notes by Alice 2025. 7. 2. 08:16

전쟁이나 분쟁과 관련된 뉴스에서 가끔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국제법 위반’, ‘인권 침해’, ‘전범 기소’ 같은 말들.
하지만 이 단어들이 어떤 절차로 움직이고,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막상 뉴스만 보고는 알기 어렵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전쟁 중 무슨 일이 벌어졌고, 그 일에 대해 어떤 규범이 적용되며, 그다음 단계에서 누가 책임을 묻는지까지는 흐릿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흐릿한 영역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두 개의 서로 다른 방식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하나는 전쟁 그 자체를 규율하는 움직임이고,다른 하나는 그 전쟁 이후에 남은 책임을 추적하려는 움직임이다.

 

국제법 위반 시 국제 인도법과 국제형사재판소

 

전쟁 한가운데에서 먼저 움직이는 쪽이 있다면

 

한밤중,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모두가 지하로 대피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굉음이 울릴 때, 누군가는 구조대를 부르고, 누군가는 피해 상황을 메모하고, 누군가는 중립지대를 표시한다.
이 모든 움직임에는 하나의 공통된 목표가 있다.
‘더 많은 피해를 막는 것’.
법이 현실에 개입하는 가장 빠른 방식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먼저 알려주는 것이다.

나는 이걸 ‘현장에서 작동하는 규범’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어느 병원에는 문 앞에 특별한 마크가 걸려 있었다.
그 표식을 보면 누구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는 걸 안다.
도시 외곽의 구호소에는 일정한 간격마다 보호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곳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 순간 법은 아주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언어로 작동한다.
무너진 길 한가운데에서도, 누구를 먼저 실어 나를 것인지, 어떤 순서로 구호물자를 배분할 것인지, 그 모든 판단 기준에 하나의 틀이 개입되어 있다.
“누구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감각.

이 감각은 어떤 종이 문서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그 안에서 지켜져야 했던 경계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누군가는 그걸 ‘법’이라고 부르지만, 그 법은 그 자리에 남으려는 사람들 덕분에 작동한다.

 

시간이 흐른 뒤, 누군가는 물어야 하는 질문이 있다면

전쟁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무너진 것들을 다시 세운다.
도로, 전기, 학교, 병원.
그런데 물리적 구조물만큼 쉽게 복구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건 기억이다.
누가 무엇을 했고, 누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을 다루는 방식은 현실보다 훨씬 복잡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였다.
“누가 잘못한 거냐.”
하지만 그 질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무거워지고, 증거는 희미해지고, 증언은 달라지고, 해석은 갈라진다.
그 와중에도 누군가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이 실제로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먼 도시의 법정에서, 수년 전의 한 순간을 재현하고,
기록을 모아 증명을 시도한다.

나는 그 절차를 보며 어떤 인내심을 느꼈다.
누군가의 생명이 사라진 자리에서 “그때 왜 그랬냐”는 질문을 꺼내기까지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남겨진 기록들이 법정 안으로 들어온다.

이 시스템은 단지 처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앞으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기억의 방식”처럼 느껴졌다.
그게 법이 사람에게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보호와 책임, 다른 출발점이지만 닿는 곳은 같다

하나는 피해가 생기기 전에 움직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 움직인다.
하나는 현장에서, 다른 하나는 법정에서.
표면적으로 보면 전혀 다른 구조 같지만, 그 중심에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판단”이 놓여 있다.

전쟁 중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 없다면, 그 전쟁은 끝나고 나서도 정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전쟁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구조가 없다면, 사람들은 다음 분쟁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이 둘은 연결되어 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 많은 기록과 조문, 규정들은 결국 어떤 하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만들어졌을 거라고.
어디에 있어야 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사람, 피해를 입고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
그 사람 하나를 기억하려는 마음이, 서로 다른 두 구조를 하나로 잇는 다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도 그 구조는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쪽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고, 다른 한쪽은 이미 무너진 것의 의미를 잊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법은 과거를 향한 눈과 미래를 향한 손이 되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움직이지만, 결국 이 두 구조는 같은 질문에 닿는다.
“우리는 사람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었고, 그 책임을 어떻게 남길 수 있는가.”